별 헤는 밤, 너에게 건네는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아가,
창밖은 어둑한데, 네 방에서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달콤하게 들려오는구나. 문득, 이 늙은 할미가 살아온 구불구불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밤이다. 내일이면 또 바쁘게 살아갈 너에게, 오늘 밤만이라도 잠 못 이루는 할미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놓으려 한다.
내가 너만 했을 적, 그러니까 꽃다운 스무 살 무렵이었지. 그때는 짚신 신고 흙길을 걷는 게 당연했고, 밤하늘의 별 세는 것이 가장 큰 낙이었단다. 전깃불도 귀했던 시절이라 호롱불 밑에서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 냇가에서 빨래하고, 텃밭에서 씨앗 뿌리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었어.
그러다 너의 할아버지를 만났지. 듬직한 어깨에 순박한 웃음이 매력적인 사람이었어. 변변한 데이트 한번 못 해보고, 그저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단다. 가난했지만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그렇게 가정을 이루었지.
결혼하고 나서는 고생길의 연속이었어. 시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키우랴, 논밭일 도우랴,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지.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해도 늘 배고팠고, 좋은 옷, 좋은 음식은 꿈도 못 꿨어. 그래도 그때는 옆에 할아버지가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힘이 되었단다. 함께 땀 흘리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잠드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았지.
너희 아버지를 낳고 기를 때는 정말이지 온갖 걱정이 다 들었어. 혹여나 병이라도 날까, 학교는 잘 다닐까, 커서는 제대로 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 그래도 녀석이 건강하게 자라 듬직한 어른이 된 것을 보면, 그 모든 고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지.
세월은 야속하게 흘러 어느덧 할아버지도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나 혼자 남겨진 시간이 많아졌구나. 텅 빈 집에서 홀로 밥을 먹고, TV를 보는 날들이 이어질 때는 문득 외로움이 밀려오기도 해. 하지만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웃고, 재롱부리는 모습을 보면 다시금 삶의 활력을 얻는단다.
사랑하는 손주 며느리야. 너는 참 밝고 긍정적인 아이라 내가 늘 고맙게 생각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경쟁도 치열하고 힘든 일도 많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단다. 그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고,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야. 힘들 때는 서로에게 기대고, 기쁠 때는 함께 웃으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란다.
네 옆에는 항상 너를 믿고 응원하는 남편이 있고, 또 너를 예뻐하는 할머니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렴. 무슨 일이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힘들 때는 언제든 할미에게 와서 이야기하렴. 비록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을지라도, 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으로 응원해 줄 수는 있단다.
늦은 밤, 괜히 센치해져서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구나. 부디 이 할미의 잔잔한 이야기가 네 마음에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바란다.
이제 그만 눈 감고 편히 쉬렴. 내일 아침에는 환한 웃음으로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나의 손주 며느리에게,
너의 할머니가.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지던 방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할머니의 마지막 문장이 읊조려지듯 조용히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며느리, 지수는 아직 잠들어 있었지만, 그녀의 꿈결 속으로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스며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졌다. 지수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다. 밤새도록 이상하게 마음이 포근하고 아련한 기분이 감돌았기 때문이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는 할머니가 밤새 써 내려간 편지지 몇 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수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쳐 읽어 내려갔다. 할머니의 굴곡진 삶의 이야기가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적혀 있었다. 흙길을 걷던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의 순수한 사랑, 고된 시집살이와 자식 걱정, 그리고 홀로 남겨진 외로움까지. 글자 하나하나에 할머니의 깊은 감정과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편지를 읽는 동안 지수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평소 살갑게 대해주시면서도 속 깊은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으셨던 할머니의 진심을 처음으로 마주한 기분이었다. 며느리로서, 손주 며느리로서, 그저 곁에서 챙겨드려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할머니 역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셨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마지막 장을 덮은 지수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따뜻하고 뭉클한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왠지 모르게 할머니께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러 부엌으로 향한 지수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할머니, 편지 잘 받았어요. 밤새 이렇게 귀한 이야기를 써주시다니… 정말 감동했어요."
지수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할머니는 그런 지수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빙긋 웃으셨다.
"별것도 아닌 늙은이 이야기에 뭘 그렇게 감동까지 하니."
할머니는 겸연쩍은 듯 손사래를 치셨지만, 지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더욱 따뜻하게 감쌌다.
"아니에요, 할머니. 할머니의 젊은 날 이야기는 처음 듣는걸요. 그리고…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할머니 마음이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어요."
지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울컥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도 할머니 곁에서 더 잘 해드리고 싶어요. 힘드신 일 있으시면 언제든 저한테 말씀하세요. 할머니께 힘이 되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할머니의 눈가에도 촉촉한 물기가 어렸다. 며느리의 따뜻한 마음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우리 착한 아가…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얻었으니, 내가 참 복이 많지."
할머니는 지수의 손을 꼭 잡으며 따뜻하게 토닥여 주셨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이해와 사랑의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밤새 할머니가 전한 이야기는 단순히 흘러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더욱 따뜻하고 끈끈한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소중한 씨앗이 된 것이다. 지수는 할머니의 편지를 다시 한번 가슴에 품으며, 앞으로 할머니께 더 많은 사랑과 정을 나누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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